한국은행 경제금융용어 700선 중에 하나인 '금융안정'에 대해서 쉽게 풀어서 알아보겠습니다.
금융안정
금융회사들이 정상적인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어 금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금융안정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물가안정이나 경제성장과 함께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정책목표의 하나로서, 각국의 정책당국은 이를 이루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금융안정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1980년대 이후입니다. 금융자유화, 국제화 등 세계적인 금융혁신의 확대와 금리·주가·환율의 변동성 증대, 금융기관 간 경쟁 심화 등으로 특정 금융기관 및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 북유럽 3국의 금융불안, 1994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 국제적인 금융시스템 불안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이러한 불안이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국제적 전염효과까지 나타나면서 금융안정은 정책 당국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북유럽 3국의 금융불안 - 북유럽 3국(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의 금융위기는 자산버블의 붕괴로 유발된 은행위기였다는 점에서 미국 대공황이나 일본 장기불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북유럽 3국의 위기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약 4년 동안 지속되었다. 북유럽 3국은 금융시스템 규제 완화, 외환자유화에 따른 대외개방 확대 등으로 국내 대출과 해외차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산시장에 버블이 형성되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시작된 은행위기는 결국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하여 금융위기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에 정책당국은 경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하였다.
1994년 멕시코의 금융위기 - 1994년 초 북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사이의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은 멕시코 정부와 기업에 대부를 제공해 주려고 열망하고 있었다.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적 소요는 멕시코 정치 상황이 불안전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가 살해되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멕시코 자산에 대해 보다 큰 위험 할증을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1994년 말 멕시코의 달러가 바닥이 났고 정부는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발표하였다. 멕시코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은 멕시코 자산의 구입을 기피하였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촉망받고 새로이 부상하는 경제에서 단지 몇 달 만에 파산 위기에 처한 정부를 가진 위기의 경제로 전락하였다.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 멕시코 경제가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던 1997년 말경에 태국, 한국 특히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몇몇 아시아 국가들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자율이 상승하고 자산가치가 하락하였으며 통화는 평가절하되었다. 이런 위기 상황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GDP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아시아 국가 정부들은 자원의 배분, 특히 금융 자원의 배분에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깊숙이 개입해 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시아 국가의 많은 은행들은 수익성이 높은 투자계획을 제시하는 기업들보다 정치적 연결 관계가 깊은 기업들에 대출을 하게 되었다. 채무불이행률이 높아져서 소위 이런 '동반 자본주의'가 위험에 노출되자 국제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 경제의 장래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자산에 대한 위험 할증이 증대되자 이자율이 급증하고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였다.
모라토리엄 - 라틴어 '지체하다'라는 뜻의 'morari'에서 파생된 말로 '채무지불유예'를 뜻한다.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 당시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한 직후로 러시아 전체 수출의 약 80%를 차지했던 석유, 천연가스, 금속 및 목재와 같은 원자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 투자도 끊기는 상황이었고 루블화 가치도 순식간에 크게 하락하면서 결국 모라토리엄(90일 유예)을 선언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금융불안과 실물경제 침체라는 전례가 드문 충격을 가져오면서 각국 정책당국과 시장참가자에게 금융안정의 중요성과 정책수단의 개발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미국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일련의 경제위기 사건들로,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전 세계적 금융위기이다.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진 후 발생한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촉발됐으며, 이는 모기지론 부실, 대규모 차압 및 주택저당증권 가치 하락을 일으켰다. 이로 인한 부동산 투자 침체 이후 대침체가 발생했으며, 그 후 소비자지출 및 사업투자가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 150년 역사를 가진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주로 모기지 주택 담보 투자를 해서 수익을 올리다가 지나친 차입금과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2008년 9월 15일 파산하게 된 것을 말한다. 월가의 신용으로 전 세계 기관, 개인들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갚지 못하면서 전 세계 동반 부실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물고 왔다.
2011년 9월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책무를 명시적으로 부여받았습니다.